
네 서산시 팔봉면에 있는 고파도라는 섬입니다.
사흘 동안 마음 편히 내려놓고 쉬웠다가 온 섬인데요
조용히 머물다 오기에 좋은 섬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시골 풍경이 아름다운 섬
싱싱한 먹거리가 있는 섬
소소한 섬사람들 이야기가 출렁이는 그런 섬입니다

벌써부터 어떤 섬인지 궁금한데요.
정확히 서산 어디쯤에 있는지 섬으로 가는 풍경을 안내해주시겠어요?
지도상으로 보면
태안반도 끝자락과 서산 대산읍 끝자리 사이에
위치한 섬입니다.
가로림만 안에 있는 섬입니다.
어제 날짜 기준으로 현재 101명이 삽니다.
뱃길이 가로림만 해협을 거슬러 가야 하는데요
밀물 때는 해류를 헤쳐가야 하는 여정이라서
파도가 철썩철썩 뱃전을 때리기를 반복합니다
마치 계곡 급류를 거슬러 가는 것처럼
배가 흔들리면서 항해했는데요
이 역시 섬여행에서 맛보는 특별하고
새로운 체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로림만 안에 섬이 있군요? 고파도로 가는 가로림만,
이곳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네 지도상으로 보면 작은 호수처럼 보이지만
가로림만 길이는 25km, 너비 2~3km에 이릅니다.
충남 태안반도와 서산시 사이에 걸쳐 있습니다.
가로림만 안에 고파도, 조도, 옹도 등 섬이 있고
항구로는 대산항이 있습니다.
가로림만의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자연 생태계가 아주 잘 보존된 곳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천혜의 갯벌을 보유한 가로림만을
환경가치 1위의 바다로 평가했고
해양보호구역으로도 지정했습니다.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의 서식지이기도 하구요.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의 서식지..! 가로림만 안에 있는 섬이 고파도라구요?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데요. 고파도는 어떻게 갈 수 있나요?
가로림만에 숨어 있는 섬, 고파도는
전형적인 우리네 옛 어촌 풍경과 양식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배는 구도 선착장에서 타는데 하루 세 차례 운항합니다.
저는 그날 배편을 놓쳐 소형어선인 선외기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나올 때는 정기여객선을 이용했습니다.
사선으로는 15분, 정기 여객선으로 45분 소요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고파도로 가는 가로림만 뱃길은 조류가 거센 편인데요.
여행객들은 고파도로 가는 가로림만에서
소용돌이치는 뱃길을 헤치면서
처음엔 놀라기도 하지만, 이내 섬 여행의 스릴과
해양 생태여행의 색다른 멋을 실감하며 익숙해집니다.
고파도 앞바다 쯤에서 바다 폭이 넓어지면서
파도는 잔잔해집니다.
가로림만에서 동그랗게 휘어져 들어온 곳에 위치해
고파도 앞바다는 마치 잔잔한 호수 같은 풍경을 하고 있습니다.
고파도라는 섬 이름도 특이한데 왜 고파도라고 부르나요?
한자로 ‘옛 고(古)’ ‘물결 파(波)’를 쓴 고파도인데요.
김이 많이 생산된 고파도에서는
김을 사각 모양으로 말리는 ‘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갈대, 왕골, 시누대로 만드는데요. 남해안에서는 발장이라고 부르는데,
고파도 방언으로는 ‘바자’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바자섬’에서 ‘파지도’라고 표기하다가
줄여서 ‘파도’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다가 다시 고려 때 ‘고파도’라고 불렸는데
당시는 고파도에 ‘고파도성’이 있어서 높을 고(高)자를 쓰다가
지금의 ‘옛 고(古)’자로 바꿔썼습니다.
그렇게 더 고풍스럽고 운치있는 섬 이름이 됐습니다.
고파도, 이름처럼 정말 아름다운 섬일 것 같은데요. 시인이자 여행작가이기도 하시잖아요.
작가로서 돌아본 그 섬의 풍경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바다가 온통 해무로 자욱했습니다.
제가 촬영한 사진들 대부분이
춤을 추는 여인 같기도 하고,
학의 군무처럼 안개가 휘날리면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따금 바람 따라 안개가 밀려간 자리에
푸른 섬 한 귀퉁이가 나타나고
그렇게 안개가 덮고 풀리기를 반복하면서
춤을 추는 안개 바다 풍경이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자연스러운 그 풍경 그대로
고파도의 그런 풍경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섬마을의 풍경도 정말 아름다운데요.
고파도는 해안선 길이가 4.5㎞입니다.
마을 너머에 있는 백사장 길이는 500여 미터 정도입니다.
작아서 더욱 아름다운, 섬마을의 호젓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콩, 옥수수, 고추, 오이 등 반농반어촌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백사장으로 넘어가는 길에
산딸기, 삐비꽃, 해당화 군락지는
교과서나 드라마 영화에 등장하는
아련한 어촌 시골길 풍경 그 자체였습니다.
꽃향기와 함께 시누대가 울타리처럼 둘러싸인
둑길을 넘어서자 툭 트인 바다가 열렸습니다.
함께 간 일행들은 푸른 파도 앞에서 체면을 팽겨치고
너나 할 것 없이 함성을 내지르며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타기를 했죠.

여행간 사람들이 반할 정도로 고파도 해변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바닷가 풍경 좀 자세하게 소개해 주세요.
고파도는 밀물 때는 모래해변에서 해수욕하기가 좋고
썰물 때는 지천으로 깔린 고동과 모시조개, 바지락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앞 바다에서는 농어 감성돔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잡힙니다.
이 바다에 저녁 노을이 굴 양식장 바지랑대 위로 짙게 내려 앉는데
정말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고파도는 유명한 굴 생산지입니다.
굴 양식장이 해변 저 편으로 넓게 조성돼 있는데요.
여객선이 들어오는 고파도 선착장 바닷가에는 굴 껍데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왜 그렇게 굴껍데기들이 많았는지를 이 해변에 와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굴을 따서 목선을 타고 나가
다시 지게에 굴을 짊어지고 몇 개 산봉우리 넘어
서산 오일장에 내다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객선이 있으니 교통이 아주 편해진거죠.

고파도 여객선을 타면, 고파도 섬사람들만의 특이한 삶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요?
선착장이 작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탓에
물때에 따라 승선하는 나무 사다리 각도와 높이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곧 선착장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긴 하지만
이 또한 추억의 섬여행이고
정겨운 모습이 아닐 수 없죠.
그리고
주민이 많지 않다보니 여객선 규모도 적고,
그래서 서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다보니
아주 쉽게 친해진다는 점입니다.
또, 객실 화물요금표를 보면
고파도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살림살이를 대충 알 수 있는데요.
한 박스 1000원, 한 자루 1000원, 젓갈통 1000원
비료 사료 1000원, 세탁기 3000원, 냉장고 5000원 등으로 쓰여 있습니다.
화물요금표에 세탁기와 냉장고가 등장한 것은 불과 열마 전인데요.
그만큼 살만한 생활 수준인 거죠.
10여년 전만 해도
시멘트 한 포대 200원, 조개자루 한 포대 1000원,
멸치 한 포대 500원, 비료 1포대 500원,
생선다라 1개 500원, 쌀 20㎏ 한 포대 500원으로 쓰여 있었습니다
정말 여객선 요금표에서 섬사람들의 삶을 얼핏 읽을 수가 있었는데요.
섬에 가면 조개도 잡고 낚시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어떤가요?
고파도 해변은 썰물 때 2만여평의 모래톱이 펼쳐집니다.
풀등으로 불리는 모래등이 생기고
그 주변에서 모시조개 등 다양한 조개를 잡을 수 있습니다.
낚시는 만조 1~2시간 전후에 잘 잡히는데요.
봄 가을에는 감성돔과 우럭이 잘 잡히고
여름에는 광어와 놀래미, 겨울에는 볼락이 많이 잡힙니다.
낚시 포인트는 고파도 방파제와 선착장 좌측과
해수욕장 주변 갯바위입니다.
낚시체험을 하고 싶다면 어촌계에 미리 부탁하면
초보자도 낚시 체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여객선도 적고 인구도 적은데
민박이나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추어진 곳인지 궁금하거든요.
현재 민박 펜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저는 지인 가족들을 이 섬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요.
민박집 사장 어머님, 즉 할머니와 이곳을 방문한 서울 아이들이
고둥을 같이 까고 조개를 같이 먹으면서
고파도 방언으로 정겹게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섬마을의 구수하고 생생한 이야기 꽃이 밤새 이어졌습니다.
가지 수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싱싱한 해산물 밥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고파도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섬 특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습니다.
충남 서산시는 내년까지 야영장과 숙박동, 샤워실, 화장실 등을 추가로 갖출 계획입니다.
10년간 국비 40억원이 지원돼 이미 추진한 주민 소규모 시범사업에 이어
고파도만이 가진 유무형 지역자원을 활용해
관광 명소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앞으로 더 좋아지는 섬, 고파도. 마지막으로 그 섬 고파도로 가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그리움이 고프거든 고파도로 가라.
휴머니즘이 고프거든 그 섬, 고파도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