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는 경상북도 울릉군 소재지 섬이다. 동해 깊숙이 치솟은 화산섬으로 유인도 4개, 무인도 40개 등 모두 44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오각형으로 모양의 울릉도 최고봉은 984m의 성인봉이다. 그 북쪽 비탈에 나리분지, 알봉분지가 있다. 다른 섬지역과 달리 물이 풍부한 섬이다. 성인봉 줄기가 3개 방향으로 뻗어내려가 마침내 동해에 이른다. 울릉도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대표적 조경수역. 독도와 함께 동해 최대의 황금어장이자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이다.


울릉도는 좌우로 우뚝 솟은 기암절벽 망향봉과 행남봉 사이의 바다로 여객선이 드나든다. 이곳이 도동항이다. 울릉도여행은 도동항 좌우로 이어진 해안절벽 산책로를 따라 시작한다.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깊은 해식동굴을 지나 도동등대에서 하룻밤 묵은 후, 다시 반대방향의 태하등대로도 불리는 울릉도등대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도동항에서 쉽게 마주치는 것이 울릉도 오징어와 호박엿이다. 울릉도 호박엿은 힘들었던 개척 당시 삶과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1882년 울릉도 개척 당시 육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호박종자를 가져와 번식시켰다.
문화관광해설사는 “황무지를 개간한 땅이지만 강우량이 적당하고 해풍에 절여진 땅은 호박이 성장하는 데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면서 “심기만 하면 1개당 20kg 이상의 아름드리 호박이 열렸다”고 전했다. 부족했던 끼니를 대신하기에 호박만한 것도 없었다. 풀처럼 쑨 호박범벅 죽이나, 말렸다 쪄 먹고, 호박을 끓이고 졸여서 별식으로 먹거나 호박엿으로 만들었다.
도동항에서 방파제를 돌아 도동등대로 향하는 행남해안산책로에 나리꽃이 만발했다. 파도소리를 동무 삼아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첫 번째 마을 행남마을을 만났다. 동구 밖에 큰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해서 살구 행(杏)자를 써서 행남(杏南)이라고 부른다. 도동과 저동 사이의 해안을 낀 해 뜨는 동쪽 마을이다. 이 섬 끝을 행남말(杏南末)이라고 부른다.
행남말의 해발고도 116m에 행남등대로도 불리는 도동등대가 있다. 등대로 가는 길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진 시누대숲길을 지난다. 도동리 산1-1번지의 도동등대는 1954년 12월 19일 무인등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 등대를 설치한 이유는 울릉도 인근 해역과 독도어장에서 조업하는 선박이 늘어나고, 동해안 연안에서 일본 스쿠바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이 증가하면서 해양안전을 위해 등대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등대는 백색원형 철탑조로 높이가 25m, 아세칠렌 와사등으로 불빛이었다. 1979년 6월 23일 백열전등으로 교체 후 유인등대로 전환했다. 현재 등대는 14초에 1회씩 불빛을 비추고 그 불빛은 48km까지 가 닿는다. 도동등대는 여행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비롯해 홍보전시관, 야외공원,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등대에서 성인봉, 저동항, 죽도 조망은 물론 맑은 날 동쪽 끝의 독도를 볼 수도 있다.
등대 아래 저동항은 국가어항으로 울릉도의 유일한 어업전진기지. 밤새 도동등대 불빛을 받으며 울릉도 근해 오징어잡이를 오간다. 특히 촛대바위를 낀 방파제등대와 북저바위 등표는 저동 어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동등대에서 관리하는 등부표는 모두 8개이다.
저동항은 어민과 선원들,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역으로 밤이나 새벽에 응급환자가 발생하곤 한다. 이때 환자 이송 헬기가 항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등대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헬기 이동에 등대 불빛이 방해되지 않아야 함으로 도동등대에서는 등대 불빛을 조절해준다.


도동등대 반대쪽인 서면에 해수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태하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 태하등대가 있다. 공식 명칭은 울릉도등대. 등대로 가는 길에 만나는 첫 마을이 통구미이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모양이어서,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구미해변은 조약돌 위에 달빛이 부서지고 하얀 파도가 속삭이듯 밀려오는 여름밤 풍경이 일품이다. 전국의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낚시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산에는 통구미향나무자생지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 48호이다.
남양해변도 마음을 확 트이게 하는 바닷가 풍경을 지녔다. 비파산을 사이에 두고 양쪽 골짜기와 냇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다른 마을보다 골짜기와 시내가 많아 골계라고 불렀다. 지금은 울릉도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이란 뜻으로 쓰인다. 겨울에 눈 내리면 가장 빨리 녹는 지역이다.
태하등대로 가고자 버스를 탈 경우 통구미, 남양을 지나 태하정류장에서 하차한다. 도동에서 출발할 경우 약 50분 소요된다. 여기서 해안가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마을 뒤편 암산에 학이 앉아있는 모양의 바위가 있는 학포마을이다.
학포에서 지친 여정을 잠시 접고,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오징어에 캔 맥주를 땄다. 맑고 푸른 바다, 발밑까지 밀려오는 해조음이 정겹고 아름답다. 다시 그대로 누워 유유히 흐르는 푸른 하늘과 몇 개의 구름을 바라보며 살며시 웃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결정해야 할 시간.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 매표소 앞에서 등대로 가는 방식은 두 가지. 모노레일을 타면 10분도 채 안 걸린다. 모노레일은 총연장 304m 레일에 20인승 카2대가 동시 운행한다. 정상까지 6분이면 도착한다. 다시 500m 정도 산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등대에 도착한다.


두 번째는 산을 타는 방식이다. 해안선을 타고 걸으면 갯바람 맞으며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게 장점. 결론적으로 30분 정도 걸어서 등대로 갔다. 해변에서 등대로 가는 첫 길은 바위를 오르는 철제계단. 소라처럼 빙빙 절벽에 바짝 붙인 채 설치된 계단을 따라 해안길이 이어진다. 계단 아래께 해식동굴 황토굴인 황토구미가 있다. 이곳 황토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다. 황토구미는 국가지질공원이자 산림청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여기 태하낙조는 울릉8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황토구미 암반길을 타올라 섬 모퉁이에 서면, 툭 트인 울릉도 바다가 일품이다. 절벽 아래 강태공들의 모습까지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어 나그네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이곳은 울릉군이 공식 지정한 태하낚시터이다.
이 바다는 서면 태하와 북면 현포 사이의 경계 해역으로, 돛단배를 이용하던 시절에 바람을 기다린다는 뜻의 대풍령, 대풍감으로 불리는 곳이다. 해안절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 군락지이다. 주민들은 이 산자락을 ‘상나무재’라고 부른다. 그 절벽 끝에 전망대가 있고, 절벽 위에 태하등대가 있다.
숲은 진한 해송 향기를 뿜어내고 경쾌한 새소리까지 더했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푸른 잎의 싱그러움과 연리지 풍경도 아름답다. 그렇게 태하리 99-3번지 등대에 도착했다. 등대직원은 시원한 생수를 내주며 대풍령 산자락에서 받아낸 천연생수라고 설명했다. 물맛이 꿀맛이다.
태하등대는 울릉도 주요 어장인 대화퇴어장과 울릉도로 들어오는 선박에게 육지임을 알리는 의 첫 표지 역할을 한다. 전파시설 GDPS, 선박식별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환경부와 해양연구원 위탁시설 대기오염 측정기, 기상대 기상예측, 전화기업체의 중계탑 등 첨단장비들이 모두 모여 있다.


등대는 1958년 4월 11일 최초 불을 밝혔다. 백색원형 콘크리트구조로 등탑 높이는 7.6m인데 해발고도 171m 상공에서 40km 바다까지 불빛을 비춘다. 태하등대는 죽변등대 불빛과 교차한다. 죽변과 거리는 80km. 서로 40km 반경까지 비추며 접점을 만든다. 그렇게 동해 불빛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
태하등대는 건물 조형미가 아름답고 세련됐다. 내부도 아주 깔끔하다. 등탑, 사무동, 숙소동, 오징어 모형조형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창기 등대는 공사 때 마을 사람들이 소쿠리에 돌과 흙을 저 나르면서 지은 공동체 산물이다. 등대는 비 오고 눈 내리는 날에 등하곳길 아이들의 쉼터였고, 등대직원들은 아이들 숙제를 돕고 간식거리를 제공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 애환이 깃든 옛 등탑이 철거된 것이 못내 아쉽고, 멋지게 단장한 여행 명소로 자리매김한 등대가 지난 2022년 9월 무인등대로 전환된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태하등대에서 오른쪽으로 해안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촛대암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면 바닷물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현포 해변이다. 현포전망대는 노인봉과 탁 트인 수평선을 감상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마주하는 해질녘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추산 몽돌해변 쪽으로 공암(코끼리바위)이 보인다. 북면 끝자락에 송곳봉이 있다. 성인봉의 한줄기인 산봉우리인데 송곳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 430m인 봉우리가 불과 100m 이내 짧은 거리로 바다와 접해, 해상이나 육상에서 볼 때 더 높고 웅장하다.
죽암마을을 지나 동쪽으로 돌아서는 지점에 울릉도 3대 절경 중 제1경인 삼선암이다. 도동등대에서 보면 제일 오른쪽 끝단이다. 그 다음 조선 태종 때 공도정책 실시 후 울릉도 개척민이 처음 도착했던 천부마을이다. 천부항에서 바라보는 일몰 광경도 장관이다. 그렇게, 노을이 바다 속으로 잠기고 스며드는 광경에 함께 취하며 울릉도여행을 갈무리했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