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의 섬을 걷다] 해당화 피고 해송 숲이 병풍을 친 덕적도

섬사랑시인학교 캠프 펼쳐진 낭만과 환상의 섬
박상건 기자 2025-08-05 11:11:52
덕적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소재지 섬이다. 덕적군도 중 가장 큰 섬이다. 덕적군도는 덕적도, 소야도, 문갑도, 굴업도, 백아도, 울도 등 유인도와 선갑도 각흘도 먹도 등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덕적도는 산세가 가파르고 임야가 대부분이며 경관이 매우 빼어나다. 해수욕장과 야생화가 피고 지는 해변, 곳곳이 낚시 포인트이다. 적당히 어우러진 들판, 푸른 산세,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여행자에게 드넓은 바다 풍광과 갯벌체험 등을 제공하는 낭만과 환상의 섬이다.
 

덕적도 선착장으로 향하는 철부선과 이를 안내하는 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DB)

섬사랑시인학교 갯벌체험 장면(사진=섬문화연구소DB)

덕적도는 일찍이 조상들이 한강 하류로 나룻배를 타고 나와 인천항에서 중국 대륙으로 향하는 교두보 뱃길이었다.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칠 때 산둥반도에서 덕적도 항로를 타고 들어왔을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이다. 지금도 동북아의 물류 거점이자 군사요충지이면서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섬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비조봉이다. 해발 292m 능선을 걸으면서 올망졸망 출렁이는 섬을 바라볼 수 있다. 서쪽에 서포리해수욕장이 있는데 해당화 군락지 길과 삼림욕 솔숲 길이 아름답다. 숲에는 연리지 나무가 있고, 숲 중간중간에 벤치가 마련돼 산림욕 휴식처로 그만이다.
 

이런 섬에 대한 매력 때문에 그해 여름, 그리고 가을날에 섬사랑시인학교 덕적도 캠프를 두 차례 열었다. 동쪽으로 동그마니 출렁이는 진리 포구와 조개 캐며 걷기에 좋은 백사장, 해변 중간에 해송과 함께 먼 수평선을 향해 두 팔 벌린 밭지름 해수욕장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솔숲 사이로 무인도 묵도가 보인다. 북리는 갯벌체험 코스로 좋고 여기서 3km 정도 걸으면 갈대군락지를 지나 능동자갈마당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몽돌 해조음과 갯메꽃 군락지가 볼거리이다.
 

먼저 진리 선착장은 아담한 호수 같다. 두 팔 벌린 방파제를 사이로 먼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방파제 끝에 등대가 있다. 집집마다 창문이 바다 쪽을 향해 어느 곳에 여장을 풀어도 바다뷰를 즐길 수 있다. 

 
섬사랑시인학교 촛불낭송(사진=섬문화연구소DB)

섬사랑시인학교 캠프파이어 장면(사진=섬문화연구소DB)


첫날 저녁 노을이 지고 섬사랑시인학교 촛불 시낭송의 시간을 가졌다. 오세영 시인이 ‘바닷가에서’라는 시를 낭송했다.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바닷가/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거기 있다./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바닷가/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마침내 밝히는 여명.”
 

그리고 문학기행 시간에 찾아간 첫 코스는 진리에서 북으로 8km쯤에 떨어진 갈대군락지였다. 너른 들판 푸른 벼들이 일렁이듯 대규모 군락지는 자연스레 신경림 시인의 시 한편을 떠올렸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몽돌해변의 물안개(사진=섬문화연구소DB)


몽돌해변 갯메꽃(사진=섬문화연구소DB)


그렇게 갈대숲을 걷다 보면 바닷길이 열리고 허공이 툭 뚫린 능동자갈마당이 펼쳐진다. 좌우 섬 모퉁이에 기이한 갯바위들이 바람과 파도에 부서진다. 
 

몽돌 해변은 파도를 길게 빨아들여 긴 호른을 불 듯 환상적인 해조음을 연출한다. 물결에 밀려가고 따라 내려가는 자갈의 울림은 영락없이 관객의 박수갈채나 함성의 도가니 같다. 자갈마당 앞바다는 평온하고 낭만적이다. 영원한 자유의 세계가 열린다. 해변 능선에 갯메꽃 군락이 있다. 해변 양쪽 끝자락에 해무가 밀려오면 아름다운 산수화, 혹은 수묵화이다. 
 

자갈마당을 걸어 나와 어름실 해변으로 향했다. 어름실은 옛날에 얼음 창고가 있다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 해안가에는 밤꽃, 아카시아꽃, 삐비꽃, 산딸기, 맹감나무 등 색색의 자연산열매와 꽃들이 연초록 풍경을 연출한다. 물이 나가는 바다에는 숭어 떼가 뛰었다. 썰물 때 어부들은 그물을 털려 나간다. 조개와 낙지를 캐러가는 어민들이 모여든다. 망둥어 뛰는 모습도 가관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씨알 좋은 망둥어가 이 바다에서는 떼로 뛰어오른다. 
 

다시 서포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푸른 들판을 지나 하얀 백사장과 푸른 물결이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다. 해변 입구에는 300년산 1000여 그루의 해송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 그 숲 아래 해당화 군락지가 있다. 이 바다를 끼고 있는 덕적중고등학교는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학교에서 모든 섬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노는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학교 울타리는 노송과 해당화 숲이다. 공을 차면 바다로 날아가곤 하는데 공을 주우러 가는 아이들은 이내 바다로 뛰어들어 한 몸으로 파도치곤 한다.
 
밭지름해변의 파도(사진=섬문화연구소DB)


섬사랑시인학교 캠프 참가자들 조개잡이 모습(사진=섬문화연구소DB)


이곳에서 섬사랑시인학교 해변백일장, 조개잡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포리해수욕장 자잘한 모래밭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내 집 앞마당의 호수 같은 정겨운 느낌을 준다. 이곳은 낙조 포인트이고 해안가 방파제와 갯바위는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썰물 때는 명주조개, 삐투리, 참고동, 굴 등을 무더기로 주울 수 있다. 조개구이와 회 그리고 민박시설, 놀이기구 등도 잘 정돈되어 있어 이방인들이 하룻밤 묵으면서 한여름 밤의 추억을 일구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날 저녁 시인학교 캠프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장작불을 피워놓고 캠프파이어를 즐겼다. 
 

그 다음으로 가볼 만한 바닷가가 밭지름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신작로에는 천리향이 참으로 아름답게 피었다. 밭을 가로질러간다고 해서 밭지름 해수욕장이라 부른다. 패랭이, 개망초가 지천으로 핀 밭길을 따라 당도한 해안가에는 6백여 그루의 붉은 해송이 숲을 이루어 바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너무나 고운 백사장에 재잘거리며 밀려오는 쪽빛 바다와 그 파도 소리. 솔가지 사이로 걸쳐 보이는 평온한 섬 풍경은 참으로 정겹고 그윽하다. 

그물 위에 물새와 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DB)

 
그물 손질하는 어부(사진=섬문화연구소DB)


자전거여행을 즐기며 섬 전체 둘러보고 싶다면 도우선착장→고갯길→진리→면사무소 앞 삼거리 우회전→진2리 마을성황당고개→북1리 해변, 포구→서포2리 저수지→서포리해수욕장→밧지름해수욕장→진리→면사무소앞 삼거리→도우선착장 구간이다. 
 

걷기여행 코스를 원하다면 8km에 걸쳐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구간인데 진리 선착장에서 직진하면 북리해변→소재해변→갈대밭→능동자갈마당 코스이다. 진리나 북리 숙소 중심으로 구간을 나누면 진리 선착장→진리해변 솔숲→밭지름 해수욕장→서포리해수욕장 코스를 들 수 있다.
 

등산을 원한다면 숙소에서 국수봉이나 비조봉 산행 후 소재해변, 능동자갈마당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북리에서 자갈마당까지 약 3km, 나머지 구간은 4km 거리이다. 해수욕장 길이는 모두 2km 이내이고 주변 야생화군락지와 숲길은 감안하면 해변 길은 3km 정도이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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