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시인의 섬을 걷다] 동화 같은 어촌, 금사홍송에서 치유하는 섬 고대도

멸치 실치 어장체험, 휴식과 회복의 가을 여행지
박상건 기자 2025-09-19 16:01:36
고대도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섬이다. 고대도는 보령시 서쪽으로 13.2㎞ 떨어져 있고, 삽시도와는 북쪽으로 4.5km 떨어져 있다. 지도를 보면 태안해안국립공원 태안 안면도와 보령 원산도 사이에 위치한다.

고대도는 105가구에 184명의 주민이 살고, 이곳 섬사람들은 옛날에는 먼 바다로 홍어잡이를 하며 살았는데, 요즈음은 풍부한 어족자원 때문에 대부분 근해 어업에 종사한다. 고대도 특산물은 꽃게, 멸치, 미역이다.


고대도 아침바다(사진=섬문화연구소DB)

고대도 해안도로(사진=섬문화연구소DB)


고대도 지명이름은 시대를 구분할 때 쓰는 ‘고대 시대’처럼 그 ‘고대(古代)’라는 한자를 쓴다. 먼 옛날부터 사람이 정착한 섬으로, 옛 집터가 많다는 의미에서 고대도라고 부른다. 

섬은 작고 역사적 흔적이 남은 섬이면서 풍경이 아름다운 어촌이다. 옛스러우면서도 일찍부터 자가발전소, 전화, 상수도 시설, 현대식 주택이 어우러진 이국적이면서 생활이 넉넉했던 섬마을이다.

고대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부유하게 살았는데 한 때는 포구가 매일 만선으로 북적거렸고, 그 때마다 호이스트 크레인을 통해 어류와 해산물을 퍼날랐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포구에는 크레인을 설치해 어선의 물고기와 그물을 올리거나 내렸을 정도로, 어민들 모자란 일손을 기계화로 해결했던 섬이다.

고대도는 1832년에 칼 귀츨라프가 우리나라 최초로 고대도에서 선교활동을 폈다는 기록이 발굴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보령시도 고대도를 자연생태와 함께 ‘선교 역사의 섬’이라는 테마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귀츨라프는 1866년 토마스 목사 순교보다 34년 앞섰고, 1885년 인천에 상륙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보다 53년 앞서 고대도에 들어와 선교활동을 했다. 

귀츨라프는 고대도 주민들과 함께 서양감자를 심고 머루즙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발견됐다. 그래서 보령시는 매월 7월을 ‘귀츨라프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금사홍송으로 둘러싸인 당산 해수욕장(사진=섬문화연구소DB)

해변에서 마을로 넘어가는 솔숲길(사진=섬문화연구소DB)


고대도는 2019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행안부가 선정한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 중 하나이다. 올해도 ‘찾아가고 싶은 섬 88곳’ 중 고대도를 ‘휴식과 회복의 최적의 섬’으로 선정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의 섬’, ‘휴가철 찾아기 좋은 섬’으로 연이어 고대도를 선정했다.

보령시는 여객선에 ‘섬섬책방’이라는 문화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기도 하는데, 고대도 방향으로 운항하는 여객선 안에서 100여 종의 다양한 책을 읽으며 여행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대도는 청정바다이고, 홀로 사색하기도 좋은 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에 제격인 섬이다.  

마을 당산 너머에는 기암괴석과 금사홍송으로 둘러싸인 당산 해수욕장이 있다. 금사홍송이라 함은 해변이 금모래밭이고 붉은 소나무로 우거진 솔숲 풍경을 말한다. 섬 남쪽 끝머리에는 자갈해수욕장이 있는데, 가족단위 피서지로 좋은 해변이다. 

자갈해수욕장 끝머리에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데 선바위라고 부른다. 이 바위는 마을사람들이 고기잡이 나갈 때 하루의 무사함을 빌며, 한 번씩 머리를 숙이고 지나간다는 장승같은 바위로 ‘돛단여’라고도 부른다. 

해변의 솔숲은 삼림욕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피톤치드가 왕성하고 숲의 향기인 테르펜이 그윽한 바닷가 숲에서 잠시 쉬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과 심폐기능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천식과 심장이 약한 사람이라면 고대도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삼림욕은 초여름부터 초가을 무렵이 적기이다. 일사량과 온도, 습도가 적절하게 맞는 시기라고 한다. 낮에는 숲과 해안 산책에 나서고, 밤에는 민박집에서 먹거리와 함께 오손도손 추억을 일구는 그런 여행지로 고대도 여행이 좋을 것이다.

낚시는 우럭, 노래미 밭이라고 부를 정도로 입질이 좋다. 멸치·실치 어장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선바위 앞으로 지나는 어선(사진=섬문화연구소DB)

선바위와 기암괴석(사진=섬문화연구소DB)


특히 고대도 앞 바다는 주꾸미가 많이 잡힌다. 봄철 주꾸미는 산란을 앞두고 알이 가득한 게 특징이고, 가을철 주꾸미는 여름 동안 충분히 먹이를 섭취해 살이 단단하고 감칠맛이 난다. 9월 1일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주꾸미 낚시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인데, 직업적으로 너무 많이 잡아가는 낚시행위는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니 여행하면서 민박집 도움을 받아 체험하는 정도의 낚시를 권장한다.

고대도 해변에서는 소라와 홍합도 많이 잡힌다. 어린이들과 함께 소라 홍합 잡기 체험도 좋다. 가족끼리 잡는 재미도 쏠쏠하고, 이를 삶거나 구워먹는 것도 잊을 수 없는 가을날의 섬 여행의 추억일 거다. 

숙박 편의시설은 넉넉한 편이다. 전형적인 어촌 인심이 물씬 묻어나는 섬이다. 해수욕장에서 마을로 넘어오는 산길에서 내려다 본 마을 분위기는 고요하면서도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포구와 해안도로 쪽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의 지붕 색깔이 울긋불긋 정말 동화 책 속의 풍경 같다. 

대학생들이 그려놓은 골목길 벽화가 마을 분위기를 한층 정겹고 산뜻하게 한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도 작품이 있어 좋다.”고 말했고, “섬이 환해지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다 쪽으로 마당이 딸린 집은 해풍에 생선을 말리는 모습들이고, 포구에는 다 말린 생선을 포장해 팔려 나가는 사람들로 철부선을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고 행복해보인다. 

고대도 마을 풍경(사진=섬문화연구소DB)
골목 벽화(사진=섬문화연구소DB)


고대도로 가는 배편은 대천항에서 하루 3회 운항하는데, 물때에 따라 여객선이 선착장 접근 여부가 결정돼 운항시간이 수시로 조정된다. 고대도는 다른 섬을 거쳐 오가는 중간 기항지인 탓에 물때에 따라 오가는 배편에 자동차를 선적할 수가 없을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대도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운항 시간 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갯벌체험이나 낚시를 할 때 평소보다 빠르게 물이 차오르는 시기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갯벌에 고립될 우려가 있음으로 물때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가장 편리한 방법은 민박집 주인에게 미리 문의해두면 좋다.

서해 바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크다는 점이다. 달, 지구, 태양 사이의 인력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바다는 해수면이 하루 두 차례 반복적으로 오르내린다. 


선착장 여객선과 호이스트 크레인(사진=섬문화연구소DB)
밀물과 썰물의 경계에 선 물새들(사진=섬문화연구소DB)


서해 물길의 영향으로 서울의 한강은 보통 1~1.7m 정도의 수심 차이가 발생하는데, 인천 앞바다는 최대 7m 수심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서해 해류 변화는 서해안 전반으로 연결돼 영향을 미친다. 특히 충남권은 해류 영향을 아주 크게 받아서 섬과 섬 사이 갑자기 파도가 높아지거나 물길이 거세게 뒤바뀌곤 한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해수 범람이 심한 시기이니 연휴여행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갯벌이나 해안가를 찾을 경우 기상청, 해수부 바다날씨 정보 체크하거나 안전하게 민박집에 미리 부탁해두면 걱정 없이 편안한 여행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준비사항이 있다. 섬은 산과 바다로 형성된 지역으로 육지보다 더 춥다. 가을 여행 때는 여벌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자기기 방전속도도 육지보다 훨씬 빠르다. 스마트폰과 카메라 충전기, 배터리 여분을 꼭 챙겨 평안하고 즐거운 여행이길.... 


* 이 글은 충남교통방송 ‘충남대행진-섬씽 스페셜-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인터뷰’에서도 방송됐습니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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