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의 원래의 이름은 곡도. 따오기(곡)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라고 부른다. 백령도는 고려 때부터 오도(五道), 서해도, 오해도(五海島)라고 불렸다. 백령도는 서해 5도 중 가장 큰 섬인데, 서해 5도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이다.
백령도는 1993년 3년에 걸친 방조제 공사와 간석지 매립한 땅에는 거대한 담수호를 만들어 농업용수가 지원되고 있다. 6월이면 담수호 주변에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백령도에는 2024년 기준으로 2862명이 거주하는데 약 7%만이 어업에 종사한다.
백령도는 좁은 어업한계선 때문에 어민들이 고기를 따라가다가 조금만 방심하면 월선하기 때문에 경비정과 지도선이 늘 따라붙는다. 특히 꽃게와 멸치가 많이 잡히는 6월은 성어기에는 어민도 장병들도 가장 긴장하는 시기이다.

백령도 어민들이 생활하는 포구는 용기포, 오군포, 고봉, 사항 등 7개 지역이다. 이들 포구 외에는 모두 어선 출입이 금지돼 있다. 금지된 해안가에는 간첩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속에 큰 쇠기둥을 박아놓았다. 이를 ‘용치’라고 부른다. 용의 이빨이라는 뜻이다. 이 시설물은 일종의 군사안보시설물이다.
나머지 주민들은 농사와 관광업에 종사하는데 농사 역시 일조량이 적어 유실수 재배는 어렵고 쌀과 보리, 참다래(키위), 약쑥, 마늘 농사를 짓는다. 특히 백령도 약쑥은 우리나라 대표적 특산품으로 서해 최북단의 해풍과 해무를 맞으며 자생한 무공해쑥이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쌀가루에 짠 김치를 넣어 만든 짠지떡도 백령도 대표 토속음식. 메밀 칼국수에 짠지떡과 막걸리 한사발이면 농번기의 농민도 여행객들도 한 시름 풀기에 그만이다. 바다에서는 전복, 해삼, 가리비, 농어, 우럭, 놀래미가 많이 잡힌다.
백령도에서 제일 높은 해발 184m 산기슭에 해병대 흑룡부대가 있다. 우리나라의 ‘작은 국방부’로 일컬어질 정도로 육해군의 주요시설이 이곳에 다 모여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6개월 동안 사용할 최신형 무기와 식량 등이 보관되고 있다.
이곳 OP(군사관측소)에서는 동쪽으로 11㎞ 맞은편에 북한의 유인도 월래도, 서쪽 방향 17㎞ 해상에는 몽금포타령의 무대인 북한의 장산곶이 보인다. 장산곶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는 곳이다.

백령도에는 세계에서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이 있는데 그곳이 사곶해변. 규암 가루가 층층이 쌓이고 그 모래 사이에 뻘이 뒤섞여 형성된 해변이다. 모래 속에 실제로 비단조개, 게, 골뱅이 등이 서식하고 있어 ‘살아있는 모래’라고 부른다.
이곳 백사장의 길이는 3.7㎞로써 6·25 때 유엔군이 임시 활주로로 사용했던 군사용 천연비행장이다. 썰물 때는 300m 이상의 단단한 도로가 생겨 군수송기 이착륙이 가능하고 자동차가 시속 100㎞ 이상 달릴 수 있는 신비의 모래해변이다. 이런 천연 활주로용 해변은 이탈리아 나폴리와 함께 백령도 사곶해변 뿐이다.
사곶해변과 함께 유명한 바닷가가 콩돌해안이다. 흔히 남쪽바다에서 마주하는 굵은 몽돌과는 달리 정말 콩알만한 자갈들로 1㎞ 해안을 이루고 있다. 규암이 파도에 부딪치고 씻기기를 반복하면서 콩처럼 작은 돌이 됐다. 이 갯돌들은 백색, 갈색, 회색, 적갈색, 엷은 청색 등 형형색색을 이루고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옛날에 이 마을 사람들은 이 콩돌로 반지를 만들어서 결혼 예물로 사용했다. 한편, 뻘층이 없이 돌들만이 파도에 밀려왔다가 밀려가기를 반복하는 이런 해안을 ‘단구상 미지형 발달 해안’이라고 한다. 이런 단층 해변에서는 파도의 강도에 따라 수심이 수시로 달라져 해수욕이 금지돼 있다.
백령도 포구 오른쪽에 위치한 4km 해안선을 따라 유람선 해상여행은 백령도 여행의 백미이다. 이 일대를 일컬러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해금강’이라고 부르는 섬은 남해안의 흑산도 홍도, 거제도 해금강, 거문도 백도 등이 있다.

바위 모습이 마치 투구를 쓴 장군들 회의 장면과 같다고 해서 두무진(頭武津)이라 부르는데, 이 일대는 선대바위,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앞 바다의 물개바위는 물범 서식처로 봄부터 가을까지 물범들의 세상이다. 남북의 바다를 넘나들며 자유와 평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이 해역은 여름과 겨울 가마우지, 노랑부리 백로, 괭이갈매기, 백로들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물범 구경에 푹 빠진 사이 유람선 선장이 “아홉시 방향을 보세요. 저기 절벽초소에 장병들이 근무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절벽초소에 젊은이들은 북녘을 응시 중이었다. 그렇게 긴장감과 함께 아름다운 절경, 이를 감상하는 여행자들이 모여 백령도를 평화의 섬으로 출렁이게 하고 있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